똑똑한 사람이 어리석게 보이기는 힘들다.
난득호도
어려운 세상에 자신의 빛을 감추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판교-
우리는 흔히 잘못된 보도를 들었을 때 "이야기를 호도하지 마라"라는 표현을 쓴다. 호도(糊塗)를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풀로 칠하고(糊) 진흙으로 덮는(塗) 것으로, 진실을 감추고 흐지부지하게 결말을 덮어버리려는 말이다.
호도라는 말을 사람의 경우에 빗대어 말하면, 한마디로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난득호도(難得糊塗)란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동양에서 자신의 빛을 감추고 산다는 것은 현명한 사람들의 인생철학이었다 손자병법에도 자신의 모습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함부로 보이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대방의 의도와 모습은 환하게 보고 나의 의도나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다. 상대방의 의도는 거울을 보듯이 빤히 알고 나의 의도는 상대방이 전혀 모를 때 생존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의도와 실체를 드러내 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손자가 말하는 시형 법이다.
시형법이란 상대방에게 내 모습을 자유자재로 보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상대방에게 나를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 있고 어떨 때는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내 의도대로 내 모습을 감추는 것이 시형법의 내용이다. 바보가 되기는 어렵다는 뜻을 지닌 청나라 시인 정판교의 난득호도
총명난 호도난
(聰明難 糊塗難)
총명해 보이기도 어렵지만, 바보처럼 어리석어 보이기도 어렵다
유총명이전입 호도경난
(由聰明而轉入 糊塗更難)
총명하면서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
방일착퇴일보 당하심안
(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총명함(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나라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비도후래 복보야
(非圖後來福報也)
원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으로서 보답이 올 것이다
난득호도
총명하기는 어렵고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기는 더욱 어렵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보면 이렇게 어려운 만큼 학식이 뛰어나 면서도 실력을 감추고 자신을 낮춰 어리석은 듯 행동하는 사람이 인품이 높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난세를 살아가는 방법에는 자신의 모습과 의도를 드러내고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조용히 자신의 능력과 광채를 감추면서 사는 방법도 있다. 어느 하나 쉽지는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난세에는 잠시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는 것도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똑똑함의 시대를 잘못 만나면 인생이 너무 증오스러워지기도 한다.
이 문구를 보면서 옛날 일이 떠오른다.
지역에서 활동을 하면서
상사가 저에게 힘들게 할 때 주변 선생님들이 말하기를
바보처럼 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뒤로도 업무적인 일처리로 직원들에게 목소리를 올리며 시끄럽게 한다는 소식을 접하 면서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런 모습을 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주위에서 소식을 들을까 부끄러웠다.
창피해서 직종도 말을 할 수 없다. 지금도 재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는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 모범을 보이는 상사가 되어 그 기관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다시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직의 강사들이 잘 호위하여 다시 반가운 분들의 모임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기관의 장은 그 기관의 얼굴이다. 빛나야 함에도 그릇된 모습은 빛이 나지 않는다.
정말 아름다운 광채는 겉으로 빛이 드러나지 않는다.
총명난호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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